시간의 물결이 흐르는 일상의 강가에 앉아 있다. 무채색의 나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창조의 불꽃이 때때로 내면에서 일렁인다. 노력의 배가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강한 흐름이 그 방향을 틀어놓는다. 자신만의 색채로 세상을 물들이고 싶은 갈망은 커지지만, 그 여정은 미로와도 같이 복잡하게 느껴진다.
오래된 나무처럼 깊은 뿌리를 내린 존재는 끊임없이 아픔을 호소한다. 그 목소리에는 사십 년의 세월이 새겨져 있고, 과거의 그림자가 아직도 그 주변을 맴돈다. 한때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다가갔던 기억은, 매일의 대화 속에 불안의 거울로 비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끊임없이 언급하는 그 목소리에, 듣는 이의 마음은 점차 수면 위로 치솟는 거품처럼 팽창한다.
이 모든 감정의 풍경 속에서, 나는 침묵의 언어를 배운다.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공중에 맴돌고, 이해와 인내의 실로 짜여진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려 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물살의 세기와 방향을 각자 다르게 느끼고 있을 뿐.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마음의 풍경도 끊임없이 변한다. 오늘의 안개가 내일은 맑은 하늘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고, 나는 다시 한 번 삶이라는 물결에 몸을 맡긴다.
